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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어떻게 구분할까?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6-11-21

내 용

아스퍼거 증후군의 진단에 있어 비언어성 학습장애와의 구별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실제적으로 신박의 진료실을 찾은 보호자가 자신의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생각할 때, 신박이 귀하의 자녀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비언어성 학습장애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면, 약간 혼돈스러워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보호자의입장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얼마 전에 알게 되어 인터넷 등을 통하여 겨우 내용을 파악하게 되었는데, 자녀의 진단이 비언어성 학습장애라고 하니까, 도대체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무엇인가 하는 표정일 때가 많다.

임상적으로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여러 유사한 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비언어성 학습장애 환자군에서는 친구를 새로이 사귀거나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교실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상황에 부적절한 말을 언급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간섭을 하거나 말 참견을 하는 고, 특정 주제에 대하여 과도한 관심이나 집착을 보이는 등, 사회적 맥락에서 상황을 연결하여 파악하고 인과관계를 이해하여 결과를 예견하는 상황 판단력이 떨어져서 사회적 관계형성능력이 떨어지는 증상들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 Yale Child Study Center의 Ami Klin 박사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여러 증상들 중 사회성 영역에서 대인관계 능력의 저하를 주요 문제로 보아 두 가지 장애들 둘 다 사회성 학습장애 (Social Learning Disability)로 부르기도 하였다.

신경심리학 영역에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웩슬러 아동용 지능검사 (WISC)의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유의하게 떨어지는 소견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이 소견의 결과로,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 환자들은 시지각적 조직화능력 (visual-perceptual organizational skills), 시공간적 능력 (visual-spatial capacity), 시각-운동 협응능력 (visuo-motor integration), 손의 소근육 운동 능력 (fine motor skills, 또는 graphomotor skills), 비언어적인 추론능력이나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이 떨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의사소통에서도 화용기술에 문제를 보여 상대방으로부터 cues를 이용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이면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보이는 아동들은 또래에 비하여 주의집중력이 떨어져서 산만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보이는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여 본인은 친구 사귀기를 원하나 결과적으로 외톨이가 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종종 우울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우뇌 기능 (시각적 정보전달과정, 시지각 발달)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에서 매우 유사한 면을 보인다. 이러한 소견은 언어능력과 관련하여 청각적 정보전달과정에서 문제를 보이는 언어장애나 자폐증의 경우에서 보이는 좌뇌 기능의 이상과는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유사점들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진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것이야말로 전문가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신박과 같이 발달장애와 학습장애의 전문가로 많은 환자들을 경험한 소아/청소년 전문의라면, 전형적인 경우의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증후군을 구분하는 것에 대하여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비하여 예후가 훨씬 나쁘다고 보아야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전반적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의 하나로 고기능 자폐증 환자군과 유사한 예후를 보이지만,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학습장애의 하나이므로, 당연히 비언어성 학습장애로 진단된 환자군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 정도가 현저하게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비하여 자폐성향들이 더욱 두드러지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현실적으로 특이한 주제 (열차시간표 등)에 심한 집착을 지속적으로 보여, 아스퍼거 아동의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을 깨뜨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은 손이나 손가락을 퍼덕거리거나 비꼬기와 복잡한 전신 움직임과 같은 상동증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언어성 학습장애에서는 운동성 매너리즘이나 상동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동은 정서적인 상호교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대화상황에서 눈맞춤을 하면서 대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아스퍼거 증후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몇 가지 부분들은 진료실에서 전형적인 환자군의 진단을 구분하여 내리는 데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된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가끔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IQ는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가벼운 상태의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교적 심한 상태의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구분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얘기이다. 신박과 같은 전문가의 경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박은 이러한 애매한 부분을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 사이에 회색지대 (gray area)가 있다고 표현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차이점 이외에도, 두 장애는 지능검사 (WISC)에서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공통적으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에 비하여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아스퍼거 증후군은 동작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들 중 차례맞추기, 모양 맞추기, 기호쓰기 등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언어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 중 이해가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동작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에서 차례맞추기, 모양 맞추기, 토막짜기, 기호쓰기 등에서 떨어지지만, 언어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인 이해는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아스퍼거 증후군은 동작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에서 토막짜기가 올라가고, 언어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에서 이해가 떨어진다. 반면에,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경우는 동작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에서 토막짜기는 떨어지고, 언어성 지능의 소검사 항목에서 이해가 올라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